“비닐 붙잡던 소녀에서 꿈을 밝히는 리더로…윤여진, 나눔으로 세상을 비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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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은 사람
한미장학재단 남서부 회장 윤여진
작은 불빛이 모이면,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된다
비가 새던 집에서 비닐을 붙잡고 밤을 새우던 소녀가 있었다. 가진 것은 적었지만, 꿈만은 누구보다 컸던 아이.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제 그녀는 누군가의 꿈에 불을 밝히는 어른이 되었다.
교육자이자 테라피스트, 그리고 한미장학재단 남서부 지부 회장으로 활동 중인 윤여진. 그녀의 삶은 ‘나눔’이라는 단어를 가장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증명해온 여정이다.
코리아월드는 한 사람의 따뜻한 손길이 어떻게 또 다른 가능성을 피워내는지, 윤여진 회장의 이야기를 통해 그 빛의 시작을 따라가 보았다.
[편집자 주]
“비 오는 날이면, 비닐을 붙잡고 밤을 새웠습니다”
윤여진 회장의 기억 속 어린 시절은 넉넉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화장실도 없는 집, 옷장 하나 놓기 어려운 작은 방. 비가 오는 날이면 천장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막기 위해 비닐을 붙잡고 밤을 새워야 했다.
그러나 그 가난 속에서도 그녀가 배운 것이 있다.
바로 ‘함께 나누는 삶’이었다.
“부모님은 늘 정직하고 성실하셨어요. 형편이 어려웠지만 꽃동네에서 봉사를 멈추지 않으셨죠. 그 모습이 제 삶의 기준이 됐습니다.”
중학생 시절, 그는 근로장학생으로 학교를 오가며 교무실의 컵을 닦고 정리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집안 형편은 조금 나아졌지만, 그 무렵부터 그는 이미 받은 도움을 나누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저소득층 아동과 탈북민 자녀를 위한 멘토링, 그리고 대학 시절에도 이어진 봉사활동.
“공부와 봉사는 늘 함께였어요. 어느 하나를 떼어놓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성적보다 중요한 것, ‘사람으로 자라는 힘’
한국에서 16년간 교육자로 살아온 윤 회장은 성적표 너머의 성장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그가 가르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질문이었다. 왜 공부해야 하는지, 왜 성장해야 하는지.
“명문대 진학 소식도 기뻤지만, 더 감동적인 순간은 제자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도 봉사하고 기부하는 모습을 볼 때였어요.”
그는 아이뿐 아니라 부모와도 함께 성장하는 교육을 꿈꿨다.
자녀가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을 미치는 어른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마음을 돌보는 사람, 테라피스트 윤여진
교육 현장에서 윤 회장은 곧 한계에 부딪혔다.
공부와 진로 상담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아이들의 상처. 그 깨달음은 그를 심리 상담의 길로 이끌었다.
현재 그는 텍사스 Lamar ISD의 Title 1 저소득층 학교에서 청소년 심리 상담을 맡고 있다.
알코올·마약 중독 가정, 교도소 수감 부모, 가정폭력과 사고에 노출된 아이들….
그의 상담실은 늘 삶의 무게를 혼자 견뎌온 아이들로 가득하다.
“테라피스트는 조언자가 아니라, 혼자였던 마음에 ‘함께’라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사람이에요.”
또한 그는 해리스 카운티 가정법원의 요청으로 이혼 가정을 위한 부모 교육 상담도 진행한다.
“아이든 어른이든, 자신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단 한 사람이 있을 때 변화는 시작됩니다.”
한미장학재단과의 인연, 그리고 맡겨진 책임
미국 이민 초기, 휴스턴 서울교회의 한 목장 모임.
그곳에서 만난 한 사람이 윤여진 회장의 인생을 또 한 번 바꿨다.
한미장학재단 남서부 지부 2대 회장이었던 Dr. Sean과의 만남이었다.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하며 그는 깨달았다.
이곳은 단순히 돈을 주는 단체가 아니라, 학생 한 사람의 가능성을 진심으로 믿는 공동체라는 것을.
“아르바이트하며 잠을 줄여 공부하던 제 경험이 있었기에, 이 아이들을 응원하는 건 제겐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후원자로 시작해 디렉터를 거쳐, 지금은 남서부 지부 회장으로.
“누군가의 손길이 또 다른 가능성을 키운다는 이 아름다운 순환 속에 함께할 수 있음이 가장 큰 감사입니다.”
“나눔은, 크지 않아도 됩니다”
윤여진 회장이 그리는 한미장학재단의 미래는 분명하다.
부담 없는 나눔,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장학 문화.
매년 열리는 골프 토너먼트와 장학금 수여식에 더해, 그는 ‘$1 펀드레이징’ 같은 소액 기부 운동을 구상하고 있다.
또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비영리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봉사·공익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미래를 응원하는 일은 큰돈이 아니라, 작은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믿어요.”
1969년 설립 이후, 한미장학재단은 미국 전역에서 약 8,100명의 학생에게 1,300만 달러 이상의 장학금을 전달해왔다.
윤여진 회장은 이 55년의 정신을 남서부에서 더 따뜻하고, 더 넓게 펼치고자 한다.
작은 불빛 하나가, 또 다른 불빛을 부른다
윤여진 회장의 삶은 거창한 영웅담이 아니다.
다만, 포기하지 않았고, 받은 것을 다시 건넸을 뿐이다.
그리고 그 작은 불빛은, 오늘도 누군가의 길을 밝히고 있다.
“제가 받은 도움만큼, 다음 사람에게 건네고 싶어요.
그게 제가 살아온 방식이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삶의 방향입니다.”
작은 불빛이 모이면, 세상은 분명 더 밝아진다.
윤여진이라는 이름은, 그 사실을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코리아월드/휴스턴교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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