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리뷰] 포르쉐 718 스파이더 RS – 지루한 일상에서 탈출한 ‘인간용 엔리치먼트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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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속 호랑이는 무료함에 지쳐 눈빛에서 생기가 사라진다. 이를 막기 위해 사육사들은 본능을 자극하는 퍼즐과 놀이, 일명 '엔리치먼트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만약 당신이 지루한 데일리카에 갇힌 듯한 삶을 살고 있다면, 포르쉐 718 스파이더 RS는 당신을 위한 인간용 엔리치먼트 프로그램이다.
포르쉐 718 스파이더 RS는 RS 배지를 단 최초의 박스터 기반 모델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차는 카이맨 GT4 RS, 911 GT3 RS 같은 트랙 괴물들과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지만, 도심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길들여진 야수’의 성격을 띤다.
동력계는 이미 전설이 된 493마력짜리 4.0리터 자연흡기 플랫-식스 엔진. 여기에 7단 PDK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 드라이섬프 윤활 시스템, 개별 스로틀 바디, 솔리드 리프터 등 레이스카급 사양이 아낌없이 들어갔다. 붉은 눈금은 무려 9000rpm. 이 차는 고회전을 위해 설계됐고, 그렇게 달릴 준비가 되어 있다.
GT4 RS가 트랙 전용 무기로 튜닝된 반면, 스파이더 RS는 노면이 거친 일반도로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세팅됐다. 서스펜션은 더 부드럽고, 전후 트랙은 넓어졌으며, 차고는 기본 2인치 낮아져 시각적 무게 중심도 훨씬 낮다.
이러한 세팅에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컵 2 타이어까지 장착되면, 스파이더는 마치 달궈진 철판에 달라붙은 계란처럼 노면에 착 감긴다.
단, 이 차에 오르려면 높고 단단한 버킷시트 볼스터를 넘어야 하는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등받이에 몸을 맡기고 나면, 불편함은 사라지고 웃음만 남는다.
보닛과 펜더는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CFRP), 전통적인 포르쉐 후드 엠블럼조차 가벼운 스티커로 대체되었다. 방음재는 최소화되었고, 옵션인 바이작(Weissach) 패키지($12,570)와 마그네슘 휠($15,640)을 선택하면 총 22파운드(약 10kg) 이상 감량할 수 있다. 이 모든 걸 더한 시승차는 3167파운드(약 1436kg). 페라리와 경쟁할 수 있는 무게다.
실내는 슬림 카펫과 간소화된 도어 패널로 다이어트했지만, 가죽과 마이크로스웨이드 소재가 여전히 감각적이다. 참고로 옵션 오디오(BOSE, $990)는 굳이 넣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엔진 소리에 묻힌다.
성능은? 숫자도 감성도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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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mph: 2.8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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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마일: 10.9초 @ 127m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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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드패드: 1.05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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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속도: 루프 오픈 시 191m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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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 클로즈 시 권장 속도 제한: 124mph
매뉴얼 미션이 아쉽지 않다. 페달을 끝까지 밟고 타코미터의 바늘이 춤출 때, PDK는 그 이상의 몰입감을 제공한다.
포르쉐 718 스파이더 RS는 단순히 빠른 차가 아니다. 운전자에게 감각적 충격을 주는 기계다.
스티어링을 잡고 회전수를 쥐어짜는 그 순간, 당신은 더 이상 ‘일상의 사람’이 아니다. 동물원 철창을 부순 호랑이처럼, 다시 살아나는 자신을 느낄 것이다.
밴쿠버교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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